한국사회는 80년대 중반까지는 권위주의적 정치체계에 의해 지배되고 억압받고 있었다. 그후 민주화 운동으로 이런 정치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 계기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그동안 권위적이고 독재적인 국가권력에 대해 불만을 공개적으로 집중적으로 표출하면서 민주주의 구현을 강하게 요구했던 결과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가운데 시민 사회운동은 군부독재 타도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었기에 급진적 성향을 지닌 민중운동과 온건한 성향을 지닌 시민운동으로 명확하게 구분될 수 없었다. 그 후 우리 사회의 제한적이나마 민주적 절차들이 도입되면서 사회운동 진영은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으로 분화되었다.

국내적 조건 이외에 국제적인 조건도 이런 분화 현상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여기서 국제적인 조건이란 다름이 아니라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를 가르킨다. 사회주의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면서 체제 변혁을 추구하던 민중운동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체제 내적인 개량을 추구하는 시민운동은 대중적이 호소력을 가지면서 약진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 가운데 시민운동은 그동안 사회운동을 이끌어 왔던 민중운동을 압도하면서 사회운동의 주도적 위치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운동 지형의 변화는 기독교운동 진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의 기독교 운동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이면서 동시에 민중운동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당시 기독교 운동은 역사의 종말에 펼쳐질 하나님 나라를 기준으로 하여 기존의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려는 급진적인 종교 사회운동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21세기 기독교 운동은 스스로를 민중운동이 아닌 시민운동으로 규정하고 이에 걸맞는 정체성을 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민신학은 사회문제들에 관한 하나의 신학 이론인 만큼 자신이 처한 구체적인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는 상황부합성을 지녀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시민신학은 수입된 혹은 이식된 다른 상황신학들의 문제점을 드러낼 것이다. 따라서 시민신학이 성립되는 시대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첫 관문이 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시민신학의 형성하는 시대적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체계적인 시민신학이 전개될 때 그동안의 한국신학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변화된 사회 현실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신학적 관점의 부재 현상도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사회신학이 당면한 과제는 분명해진다. 곧 시민신학을 새롭게 형성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